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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이 취미인 개발자

유튜브를 끊어야 하는데... 본문

불편한잡담

유튜브를 끊어야 하는데...

도그풋79 2024. 2. 4. 15:51
쓰레기 이미지 [출처 Freepik 작가 pch.vector]

 
얼마 전, 한 정치인이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칼로 공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 동료가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공유해서 그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 정치인이 살아있는 게 정말 기적으로 보일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저거 짜고 친거래. 유튜브에 증거 영상 쫘악 퍼졌어.'
동료가 말했다.

그래서 퇴근길에 검색을 해 봤다.
대충 많으면 5만에서 적으면 1만 정도의 조회 수를 가진 정치인 피습 조작 증거 영상이 조회 되었다.
그 중 하나를 클릭해 보았다.
TTS서비스로 생성된 기계가 내는 목소리였다.
영상은 스크립트와는 별로 상관없는 그냥 피해를 입은 정치인의 사진만 반복 되었다.
이슈 시점에 조회수를 높이려고 급조해서 만든 티가 났다.
자막에 오타는 기본에
근거도 없고 논리도 빈약한 본인의 심증만으로
그 정치인의 피습은 정밀하게 연출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수익 창출을 위해 억지로 십분을 채운 영상으로 보였다.
 
스크롤을 내려 댓글을 읽어 보았다.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온통 피습당한 정치인에 대한 증오가 담긴 악플 뿐...
수십명의 사람들이 댓글에 대댓글을 달며
십분짜리 영상 하나를
안주 삼아 실컷 물고 뜯고 있었다.
 
이런 영상은 야당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대통령 포함, 여당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충 인터넷에 모은 사진 몇 장과 급조해서 쓴 쪽대본 같은 스크립트를 버무린
십분 남짓의 영상 하나에 
비슷한 성향의 지지자들 끼리끼리 모여 상대방을 험담하고 헐뜯고...
 
사실 이건 정치 분야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는 분야라면 그 어떤 것도 예외가 없다.
경제, 문학, 영화, 연예, 스포츠에서도 지금 비슷한 일이 유튜브에서 벌어지고 있다.
책, 영화, 배우, 운동선수, 진행자, 아나운서까지
비난의 타켓이 되는 순간
공격하고 험담하는 영상은 서로 경쟁하듯 업로드 되고
사람들은 하이에나처럼 떼로 달려 들어 함께 공격하고 악플을 단다.
 
유투브가 아닌 책과 신문과 같은 활자가
우리의 무료한 시간을 채워주던 시절에는
글을 쓰는 이는 정확하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독자들이 글을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문장에도 많은 힘과 정성을 드렸다.
 
하지만
글이 아닌 영상이 지배하는 지금의 시대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유투브는 봐주기만 해도 돈이 되기에
제목과 썸네일만 공을 들여 달콤하게 꾸미고
알맹이는 별로 성의가 없어도 괜찮다.
 
어차피 만드는 이도
그것을 보는 이도
누군가를 한 명 정해놓고 실컷 욕하고 나서 낄낄거리면 충분하니
심사숙고의 편집 과정을 거친 고퀄의 영상보다는 
붕어빵 찍듯이 찍어낸 영상이면 충분한 것이다.
그리고 서로 아무 손해가 없다.
그저 손가락으로 '툭'하고 터치하는 노력만큼의 성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앞으로 나는 더 나의 소중한 시간을
그런 무성의하게 만들어진 영상을 보면서 키득거리는데 쓰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유튜브를 끊으려고 결심을 했다.
하지만 당장 바로 유튜브를 끊기는 쉽지가 않아 보인다.
생각해 보니
유튜브는 꽤 오랜동안 내가 듣고 싶었던 얘기와
때로는 비판하고 비난하고 싶었던 욕구를 대신 해소해주는 창구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과연 그 유혹을 앞으로 계속 외면할 수 있을까?
 
출퇴근 길은 얇은 책이라도 한 권 사서 조금씩이라도 읽어보려고 한다.
책 읽기가 쉽지 않을 때는 유튜브 대신 라디오를 듣기로 했다.
누구를 비난하고 비판하며 쾌락을 얻기보다는
나의 시간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성의있게 쓰고 싶다.